본문 바로가기
기타/유머

수술부위 왁싱. 건식면도의 위험성.

by 낯선.공간 2018. 4. 16.

목차

    내일 어깨와 손등뼈 그리고 경골에 박힌 금속핀을 제거하기 위해서 입원했어요.
    제가 오늘 2인실로 입원했습니다.
    돈이 많아서도 아니고...병실이 부족해서이죠. (교통사고 자보환자는 입원때마다 7일까지 상급병실 입원비를 지원합니다.)
    옆 환자도 무릎수술 환자군요.

    인턴이 옆 환자를 제모하러 왔습니다.
    다리 부위 제모라 슥슥슥 소리 몇 번 나더니 끝냈네요.
    저도 같은 부위 수술이라 제모할 텐데 싶었지만...
    아직 오더가 안왔는지 그냥 가더군요.
    좀 시간이 흘러서
    무릎과 경골 핀 제거 수술을 위해서는 다리털을 다 밀어야 한다며 아까 그 인턴선생이 제모를 하러왔습니다.
    어깨와 손등에도 제가 털이 많은데...거긴 상관없다고해서 넘어갔는데요.
    옆 환자도 가뿐히 하고 넘어간 것이니...금방하겠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제모장비가 1회용 면도칼이네요?
    게다가 습식면도가 아니고 건식으로 그냥???
    아 아무리 남자피부라지만...내 피부는 소중한데..
    제가 좀 많이 토실합니다.
    환자복을 사타구니까지 걷어 올릴 수가 없자, 인턴선생이 조심스럽게 바지를 좀 벗어 달라고 부탁합니다.
    예감이 좋지 않습니다. ㅡㅡ;;;
    당연히 환자복에는 속옷을 입지 않죠.
    반라가 되어 누웠습니다.
    그나마 윗옷이 길어서 주요부위는 가렸습니다.
    머릿속으로 온갖 잡념에 휩쌓입니다.
    항생제 반응 검사 결과보러 담당간호사가 올텐데...
    제가 상념에 휩쌓인 사이에 인턴은 열심히 제모 면도중입니다.
    점점 숨소리가 거칠어져 갑니다.
    ????
    인턴이 힘들어합니다.
    네...제 전에 글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많이 뚱뚱합니다.
    그 무거운 몸을 싣고다니기위해서 작년에 사고직후에 급격히 가녀려졌던 다리는 다시 벌크업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털도 많습니다.
    인턴의 격정적인 숨소리가 굉장히 신경이 쓰입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저는 지금 반라의 상태입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인턴선생이 이성을 유지중입니다.
    별다른 만행을 저지르지 않고 있습니다.
    또 시간이 한참 흘렀지만...제모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좀 전의 환자 제모시간의 3배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인턴이 이성을 잃기 시작합니다.
    인턴이 화가 많이 났을 것이라는 짐작이 인턴의 손길에서 느껴집니다.
    건식면도를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그것도 싸구려 1회용 면도기로... 건식으로 칼날이 피부를 스칠 때의 그 짜릿함을 아실 것입니다.
    피부층이 얇게 쓸려나가는 느낌입니다.
    젠틀하게 극도로 정밀하게 해줘야 통증이 없을텐데...
    이미 인턴의 이성은 끈이 끊어졌습니다.
    숨소리는 한층 거칠어졌고...
    이제 면도 부위는 허벅지 안쪽까지 올라왔습니다.
    대놓고 노골적으로 그의 손이 제 중요부위를 칩니다.
    저는 더더욱 긴장합니다.
    '스면 안돼!!!'
    비상입니다.
    남자의 손길에 섰다는 자괴감을 느끼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또 안슨다는 자괴감도 싫었기에 내적갈등은 깊어만갑니다.
    차라리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려 애써 외면합니다.
    애국가따위는 소용이 없습니다.
    저는 애타게....이 상황을 보배드림에 올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전환해서 머릿속으로 초고를 써 내려갑니다.
    단 한방울의 피도 하체로 내려가지 않도록 뇌를 혹사시킵니다.
    혹시 잉여로 남은 피가 한 방울이라도 생길까봐 쓰레드를 하나 더 돌립니다.
    아내를 생각합니다.
    이 상황을 얘기해주면 빵터져서 1년 내내 저를 놀릴 아내를 생각하니...이성의 끈이 쉬이잡혀옵니다.
    인턴이 땀을 훔치며 한 숨으로 몰아쉽니다.
    "옆으로 돌아누을 수 있으시겠어요?"
    다행입니다.
    옆으로 돌렸던 고개를 다시 돌려 눈을 뜨고 어느 방향으로 돌아 누울지 물어 보려던 찰라...
    제가 질문을 하기도 전에 갑자기 간호사가 제 이름을 부르면서 들어옵니다.
    0.01초 사이에 눈이 마주칩니다.
    헉...
    간신히 잡았던 이성의 끈이 "팅~ " 소리를 내는 소리가 제 귓가에 울립니다.
    '아 휘바...'
    그 와중에 센스넘치는 인턴이 재빨리 이불을 당겨 덮어줍니다.
    간호사선생이 후다닥 뒤돌아 나가고...
    저는 엉덩이를 인턴선생에게 보인 채로 다시 뒷 쪽 면도를 받았습니다.
    그토록 시간이 많이 흐른것 같은데...
    이제 뒷판의 면도가 시작되었습니다.
    인턴은 갈수록 지쳐갑니다...
    어느덧 시간이 흐른 후...
    침대에 함부로 흩날린 털을 정리하기 위해서 인턴이 침대 밖으로 나서 줄 것을 요구하더군요.
    자괴감을 느끼지 않게 됨을 안도하며 바지를 추스려 입고 뒤돌아 침대를 보니...

    사진에는 잘 나오지 않았지만 현장은....지저분하더군요.
    그리고 면도를 받은 다리와 그렇지 않은 다리의 차이....

    가족들에게 이 사진을 보냈더니 빵 터졌습니다.
    나머지 다리도 받으라지만...
    그런 부탁을 했다간 인턴의 인성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아 차마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요구를 하는 것은 진상짓이죠.
    제 돈내고 왁싱을 받던지 해야겠지만...
    왼쪽다리의 피부가....열감에 휩쌓인 밤입니다.
    아C...쓰려...

    교훈: 건식 면도는 미친짓.


    반응형

    댓글